한-EU FTA로 수출하는 기업 중 상당수는 실제 제조공장과 계약상 수출자가 다른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국내 유통사가 EU 협력사의 완제품을 매입해 재수출하는 경우, 또는 EU 역내 생산자가 별도 수출법인을 통해 물품을 내보내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때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것이 원산지신고서의 작성 권한입니다.
원산지신고서란 원산지 상품이 협정에서 정한 기준을 충족했음을 자격을 갖춘 당사자가 송품장·인도증서 등 상업서류에 직접 기재하는 자율발급 방식의 원산지 증빙서류입니다. 세관이 심사해 발급하는 기관발급 원산지증명서와 달리, 작성자 본인이 요건을 충족했는지 스스로 판단하고 서명한다는 점에서 오류 발생 확률이 구조적으로 높습니다.
한-EU FTA 원산지의정서 제15조와 제17조는 작성 권한을 가진 자의 요건을 정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다음 세 가지입니다. 원산지를 결정·입증하고 사후검증 요청에 응할 수 있는 자, 그 입증서류를 실제로 구비하고 있는 자, 그리고 관세당국으로부터 인증수출자 지위를 부여받은 자입니다. 탁송화물 총가격이 6,000유로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이 중에서도 인증수출자만 작성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실무자들이 흔히 놓치는 지점은 “수출자란과 생산자란 중 어디에 이름이 적혀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실제로 이 세 요건을 충족하는가”입니다. 관세청 FTA 민원답변 사례집에는 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다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 소재 제조자가 인증수출자이고 수출자가 비인증수출자인 경우, 수출자가 제조자의 인증수출자번호를 서류에 대신 기재하는 방식으로는 작성 자격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인증수출자 본인이 직접 신고문안을 작성해야만 유효합니다. 반대로 국내 제조업자가 인증수출자 지위를 갖고 있다면, 비인증수출자인 국내 수출자를 거치지 않고 제조업자가 EU 회원국 수입자에게 직접 상업서류를 발행해 원산지신고서를 작성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또 하나 주의할 부분은 제3국 송장 거래입니다. EU 역내 생산자가 비당사국(협정 미체결국) 수출자 앞으로 발행한 서류에 원산지 신고문안을 기재한 경우는 협정에서 정한 유효 서식 요건을 벗어나 무효로 판단됩니다. 거래 구조에 제3국이 끼어 있다면 이 부분을 반드시 사전에 점검해야 합니다.
예외도 있습니다. 원산지 상품 가격이 6,000유로 이하인 단일 탁송화물이라면 인증수출자 지위와 무관하게 요건을 갖춘 생산자 또는 수출자가 작성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인증수출자 취득 의무를 피하려고 고의로 화물을 분할 발송한 경우에는 이 예외가 적용되지 않고 협정관세도 부인됩니다.
18년간 삼성전자·현대기아 등 대기업의 수출입통관을 수행하며 FTA 원산지 컨설팅으로 인증수출자 취득 200건 이상, 사후검증 대응 100건 이상을 처리해 온 경험에 비추어 보면, 작성자 오류로 인한 협정관세 부인은 대부분 악의가 아니라 확인 절차의 부재에서 비롯됩니다. 계약서상 명의보다 먼저 “누가 인증수출자 지위와 서류보관 책임을 지는가”를 점검하는 것이 사후검증 단계의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일 잘 하는 관세사는 서류를 빨리 처리하는 관세사가 아니라, 이런 구조적 리스크를 통관 전에 짚어주는 관세사입니다.
수출자와 생산자가 다른 거래구조를 갖고 계신 기업이라면, FTA 원산지 컨설팅 페이지(https://www.ydglogistics.com/fta-컨설팅/)에서 인증수출자 취득 및 사후검증 대응 서비스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을 쓴 관세사 이창우 대표 관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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