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표시와 FTA 원산지의 차이 — 라벨이 곧 협정관세는 아닙니다 | 이창우 관세사

수입물품에 부착된 원산지 표시와 FTA 협정관세 적용을 위한 원산지는 서로 다른 법률에 근거한 별개의 제도입니다.

전자는 대외무역법 제33조에 따라 소비자에게 제조·가공 국가를 알리는 것이 목적이고, 후자는 FTA 관세특례법 제7조에 따라 협정에서 정한 원산지결정기준을 충족했는지를 판정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두 제도의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물품 라벨에 특정 국가명이 표시되어 있더라도 해당 FTA의 원산지결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협정관세를 적용받을 수 없습니다.

두 제도가 갈라지는 지점

원산지 표시 제도에서 “원산지”란 해당 물품이 채취·생산·제조·가공된 지역을 뜻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재단과 봉제가 이루어진 의류라면 “Made in Italy” 표시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반면 FTA 원산지결정기준은 품목별로 세번변경기준(CTC), 부가가치기준(RVC), 가공공정기준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해야 합니다.
한-EU FTA 의류의 경우 적용되는 기준은 “제조(절단을 포함한다)를 동반하는 직조”이므로, 원단을 직조하는 공정 자체가 EU 역내에서 수행되어야 합니다. 제3국에서 직조된 원단을 EU 역내에서 재단·봉제만 한 경우에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원산지 표시는 최종 가공지를 보고, FTA 원산지는 핵심 공정의 수행지를 봅니다. 같은 물품을 놓고도 두 제도의 결론이 다를 수 있는 구조적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법원이 확인한 구조적 간극

이 차이가 실제 분쟁으로 드러난 사례가 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2016구합50389 및 서울고등법원 2017누33031 판결입니다.

프리미엄 데님 의류 202종을 수입한 법인이 인증수출자의 원산지신고서와 라벨의 “Made in Italy” 표시를 근거로 한-EU FTA 협정관세를 적용받았으나, 원산지검증 결과 145종의 원단이 터키에서 직조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봉제는 했지만 직조 공정이 EU 밖에서 이루어졌으므로 원산지결정기준 불충족 판정을 받았고,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추징되었습니다.

가산세에 대해서는 법원이 수입자의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여 면제했습니다. 국세기본법 제48조 제1항에 따른 판단이었고, 인증수출자가 발급한 유효한 형식의 원산지신고서를 신뢰했다는 점과 단순 수입자로서 수출자의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원산지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웠다는 점이 근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가산세 면제가 본세 추징까지 면제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라벨을 신뢰한 것이 가산세 면제의 사유는 되었지만, 협정관세 적용의 근거는 되지 못한다는 것이 판결의 핵심 구조입니다.

실무에서의 확인 포인트

FTA 컨설팅 실무에서 이 문제를 예방하려면, 수입 전에 해당 품목의 FTA 원산지결정기준이 어떤 유형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세번변경기준이 적용되는 품목이라면 비원산지 재료의 HS코드와 완제품의 HS코드 간 변경 여부를 확인하고, 가공공정기준이 적용되는 품목이라면 협정에서 요구하는 특정 공정이 당사국 역내에서 수행되었는지를 수출자에게 원산지확인서 또는 원산지소명서로 확인받아야 합니다.

완성품의 라벨에 적힌 국가명은 참고 정보일 뿐이며, 그것만으로 FTA 원산지를 판단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충분합니다. 이창우 관세사가 18년간 대기업 수출입통관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해 온 사실입니다.


이창우 대표관세사 — YD글로벌 관세사무소 대표

2009년 개업 이래 안양·과천·판교·군포·의왕 지역 수출입 기업의 통관을 맡아 왔습니다. 삼성전자·현대기아 등 대기업 통관 실무 18년, 2019년 관세청장 표창을 받았습니다.

HS코드 품목분류 · FTA 원산지 컨설팅 · 수출입통관 · 관세환급 · 행정쟁송 · 포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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